청와대, 광화문 시대 어렵다면 세종시로 옮깁시다

각 행정 부처 세종시에 모여있는데 청와대·국회가 옮겨오지 않는 것은 모순

이계홍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9/01/07 [10:38]

 

▲ 이계홍 칼럼니스트     © 브레이크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10일 국회에서 대통령 취임선서를 마치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역사와 국민 앞에 두렵지만 겸허한 마음으로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과 소명을 다할 것임을 천명한다"면서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다"고 선언했다.

 

청와대 광화문 시대가 상징하는 깊은 뜻은 낮은 권력, 시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돼 전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지난 4일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유홍준 광화문 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은 "집무실을 현 단계에서 광화문 청사로 이전하면 청와대 영빈관·본관·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 주요기능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청와대 개방과 집무실 광화문 이전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 장기적인 사업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장기검토는 사실상 백지화했다는 말이 될 것이다. 현실 여건상 교통 복잡하고 땅도 없고 건물도 마땅치 않은 광화문시대를 열겠다고 한 공약을 믿는 국민은 사실 없었다. 다만 문 대통령의 낮은 권력, 시민과 소통하는 의지를 높이 샀고, 그래서 백지화되었다고 해도 양해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대안이 무엇인가. 이제는 과감히 세종시로 청와대를 옮기자고 제안한다. 세종청사에 대부분의 행정 부처가 옮겨와 있거나 옮겨오고 있고, 국회분원도 세워진다. 국회는 세종의사당(국회 분원) 건립을 위한 설계비를 2019년 본 예산에 반영했다. 대통령 세종집무실, 세종 제2청와대를 설치한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그럴 바엔 국회도, 청와대도 모두 세종시로 옮겨오기를 바란다. 그래야 쓸데없이 지불되는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모든 행정부처가 모여있는 곳에 대통령이 함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행정 부처를 옮겨올 이유가 없다. 정부 부처가 모여있는 곳에서 행정을 통할하는 대통령이 집무함으로써 정부 부처 이전의 철학과 가치는 완성된다. 그리고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국회가 이전해오는 것도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두 말이 필요없을 것이다.

 

수년래 서울-인천-경기도를 합치면 전 인구의 60%가 수도권에 몰려 살게 된다고 한다. 3000만명이 바글거린다는 계산이다. 그렇다면 그게 어디 살 곳이 되는가. 이 시간 현재도 일자리를 찾거나 상거래를 위해,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의 사람들이 아침 일찍 서울로 몰려들었다가 저녁이면 썰물 빠지듯 빠져나간다. 이러니 서울은 하루 종일 교통 체증에, 자동차 매연에, 쌓이는 쓰레기에, 다발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 실제로 서울로 들어오는 각종 도로는 동서남북 20-30km 밖에서부터 몸살을 앓는다. 이로인해 유류 낭비, 시간낭비 등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게 지불되고 있다. 시민의 삶이 곤고해질 수밖에 없다.

 

이 시간 현재 행정은 세종시고, 정치는 여의도로 분리돼 있으니 너무 많은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요즘 세종청사 주변에선 ‘길 국장’, ‘길 과장’이라는 말이 널리 유포되고 있다. 고위급 공무원에서부터 실무 공무원들이 서울로 출장을 오가고 보니 근무시간을 길바닥에 쏟고 있다는 자조적 표현이다. 여기에 출장비도 많이 들고, 중요한 정책 결정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고 꼼꼼히 챙겨야 하는 시간이 부족해 정책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비효율이 양산된다. 그리고 공연히 출장을 끊어 사무실 비우고, 출장비 거저 타먹는 묘한 비리도 생기고 있다. 그들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근무여건이 그런 환경을 만들고 있다.

 

공무원들이 세종시에 정주하지 않다 보니 세종시는 황폐화되었다. 도시 전체가 썰렁하다. 서울에서 출퇴근 버스가 매일 세종청사로 백수십 대씩 운행되고, 국책연구기관 등 여타 관공서도 출퇴근 버스가 수십 대씩 운행돼 세종시에서 잘살아 보자고 비싼 임대료를 물고 가게를 차린 자영업자들이 쫄딱 망해가고 있다. 이런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4.13지방선거에서 내건 공약이 있다.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가 가치의 배분을 독점하다 보니 많은 기업과 각종 이익집단이 수도권에 모여들고, 인구 역시 취업과 사업 기회를 얻기 위해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남 전 지사는 "서울과 경기도, 인천을 합치면 금명간 전 인구의 60%가 수도권에 살게 된다"며 "국가 균형발전이란 중요한 국가 가치 실현을 위해서라도 수도 이전과 함께 강력한 지방분권, 지역균형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여당은 당이 다른 이의 공약이라도 합리적이고 건설적이라면 과감히 수용할 자세를 갖춰야 한다. 야당 후보의 제안이니 야당이 반대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어쨌든 수도권 집중완화와 지방균형 발전은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행정의 효율성, 국가적 예산낭비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청와대·국회 세종시 이전은 빠를수록 좋다. 청와대, 국회가 들어올 자리는 풍광좋고 공기좋은 곳이 널널하다.

 

대통령이 서울을 고집해야 할 이유는 없다. 서울 시민이 반대할 것이라고? 혹 집값이 떨어질까봐?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주거환경, 교통환경이 나아지고, 여의도 오염원이 사라지니 한강물도 맑아질 것이다. 삶의 질, 사는 환경이 달라지는데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낮은 권력을 지향하기 위해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한 대통령 공약이 현실적 여건으로 이행하기 어렵다면, 그에 합당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 대안은 단연 세종시 이전이다. 전국이 모두 자동차로 2시간 권에 닿는 세종시야말로 대통령이 낮은 권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집무 공간이다. 공론화에 붙이기를 제안한다. khlee05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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