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재단 “개별관광 성사되면 이산가족에게 기쁜소식될 것“

연로한 실향민들 고향방문은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 되는 골든타임

박정대 기자 | 기사입력 2020/01/24 [11:00]

평화재단은 23일 낸 제 225호 현안진단(제목=남북관계 돌파로 북·미 대화의 분위기를 만들자“에서 ”북·미 간에 실무회담의 재개를 둘러싼 공방이 진행되고 있지만, 북한은 남측에 대해서는 작년 연말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서를 비롯해 신년 논평 등에서도 입장 표명을 계속 유보하고 있다. 김계관 고문이 남측의 북·미 중재자 역할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 고작이다. 그런 가운데 작년 말, 북한 당국이 올해 2월까지 금강산 내 시설들을 모두 철거해 가라고 우리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하면서 ”금년에 들어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고 남북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이후 1월 20일 통일부는 ‘북한 개별방문 허용방침’을 발표했다. 개별관광은 이산가족이나 사회단체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금강산과 개성 지역을 방문하는 방식, 중국 등 제3국을 거치는 방식,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남북왕래 프로그램 등 3가지 유형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표는 북·미 대화가 교착된 가운데도 정부가 북측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관광사업에 호응함으로써 남북협력의 공간을 마련하고 남북관계를 복원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2019년 6월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중앙)과 만나고 있다. ©뉴시스

 

이어 “개별관광이 이루어진다면 우리 국민이 다양한 형태로 북한을 방문할 수 있어 남북 간 민간교류의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남북이산가족의 상봉이나 고향방문과 같은 인도적 성격의 북한 방문이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개별관광이 성사된다면 누구보다 이산가족에게는 기쁜 소식이 될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던 많은 실향민들이 세상을 떠났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산가족이라는 말조차 낯설게 될 상황에서, 지금이야말로 연로하신 실향민들의 고향방문을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 되는 골든타임이다. 금강산 관광뿐만 아니라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과거 여러 차례 진행했던 사회문화교류 성격의 개성 당일 관광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많은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다음은 현안진단의 전문이다.

 

평화재단 현안진단(제목=남북관계 돌파로 북·미 대화의 분위기를 만들자) 전문

 

‘행동을 통한 평화’로서의 북한 개별관광

 

지난 1월 8일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이 축하 서신을 보냈지만, 북측은 정상 간의 친분일 뿐 북·미관계와는 별개라는 차가운 입장을 내놨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북·미 실무회담 재개 제안에 대해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가 먼저라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북·미 간에 실무회담의 재개를 둘러싼 공방이 진행되고 있지만, 북한은 남측에 대해서는 작년 연말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서를 비롯해 신년 논평 등에서도 입장 표명을 계속 유보하고 있다. 김계관 고문이 남측의 북·미 중재자 역할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 고작이다. 그런 가운데 작년 말, 북한 당국이 올해 2월까지 금강산 내 시설들을 모두 철거해 가라고 우리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년에 들어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고 남북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이후 1월 20일 통일부는 ‘북한 개별방문 허용방침’을 발표했다. 개별관광은 이산가족이나 사회단체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금강산과 개성 지역을 방문하는 방식, 중국 등 제3국을 거치는 방식,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남북왕래 프로그램 등 3가지 유형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표는 북·미 대화가 교착된 가운데도 정부가 북측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관광사업에 호응함으로써 남북협력의 공간을 마련하고 남북관계를 복원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정부가 발표한 개별관광이란 협력사업체를 통한 단체관광 방식이 아니라 비영리단체나 제3국 여행사 등을 통해 북한측의 초청의사를 확인받은 뒤 통일부의 개별 승인을 받아 방북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개별관광은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이미 수많은 중국관광객이 개별방문 형태로 북한을 방문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국민이 북한을 방문하려면 북한측의 초청장을 받은 뒤 이를 통일부에 제출하고 승인받아야 했다. 그런데 이번 통일부의 발표는 북한측의 초청장이 없더라도 제3국을 통해 북한 비자만 발급받으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먼저 우리 국민이 제3국 여행사에 북한관광 상품을 신청하면 이 여행사가 북한 당국에 관광비자 발급을 요청한다. 그다음 북한 당국이 서류심사로 관광비자를 발급해 준다. 끝으로 우리 국민은 이것으로 통일부에 방문승인을 요청한 뒤 승인이 나면 제3국을 통해 북한을 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 관광객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직접 북으로 들어가는 개별관광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유엔사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동안 유엔사가 비군사적인 교류・협력사업까지 지나치게 관여해 왔다는 비판이 있는 만큼, 이번 통일부의 결정을 계기로 유엔사의 군사분계선 관할임무를 군사적인 분야에 국한시킬 필요가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남북왕래 프로그램은 북측으로 들어왔다가 남측으로 오는 방식과 우리측에서 북측으로 들어가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이때도 군사분계선의 통과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우리 관광객의 육로관광과 마찬가지로 유엔사의 사전 양해가 필요하다.

 

개별관광의 출발점은 실향민 방북

 

개별관광이 이루어진다면 우리 국민이 다양한 형태로 북한을 방문할 수 있어 남북 간 민간교류의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남북이산가족의 상봉이나 고향방문과 같은 인도적 성격의 북한 방문이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개별관광이 성사된다면 누구보다 이산가족에게는 기쁜 소식이 될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던 많은 실향민들이 세상을 떠났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산가족이라는 말조차 낯설게 될 상황에서, 지금이야말로 연로하신 실향민들의 고향방문을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 되는 골든타임이다. 금강산 관광뿐만 아니라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과거 여러 차례 진행했던 사회문화교류 성격의 개성 당일 관광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많은 수요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별관광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다. 지난 16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는 남북협력은 북·미 비핵화 협상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서 다루는 것이 낫다”는 사실상의 경고성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은 17일 미국 현지에서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직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의 일관적인 지지 입장을 잘 확인해 줬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개별관광을 추진한다고 해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시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통일부는 협력체를 통한 것이 아닌 개별관광이 유엔안보리의 제재 대상도 아닐 뿐 아니라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개별방문을 위한 개인휴대품은 기본적으로 제재대상이 아닐 뿐더러, 방문차량의 경우에도 사용 후 재반입하기 때문에 위반 소지가 있는 ‘이전’이 아니다. 또한 북한에 대량현금을 내고 간다면 유엔안보리 결의에 위반되지만, 현지에서 숙박비나 식비에 실비를 사용하는 것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개별관광 허용에 우려를 보탤 필요는 없다.

 

남북 간의 직접 왕래는 「남북교류협력법」의 절차에 따라 북측의 초청의사를 문서로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제3국을 경유하는 경우 북측의 ‘초청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는 방북 초청장 또는 북한 비자로 갈음한다. 여기서 비자로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있지만 기존에도 제3국을 통한 방북의 경우 북한 비자를 발급받아 왔기 때문에, 남북 간의 특수성으로 인한 것일 뿐 이를 헌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통일부의 유권해석이다. 

 

남북 개별관광은 단지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잘 풀리지 않고 있는 북·미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한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려는 목적도 내재되어 있다. 개별관광은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추진이 아니라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인 만큼,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게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개별관광을 통한 남북협력사업이 진전될 경우 북·미 대화에도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이 장애로 등장

 

문제는 북한의 반응이다. 정부가 내놓은 방식은 모두 북한의 동의가 필요한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해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 시설을 2월 말까지 철거하라는 통지문을 보내왔다. 우리 정부가 서둘러서 개별관광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것은 이러한 통보에 대한 반응의 성격도 띠고 있다. 하지만 설사 금강산 내 남측 시설들이 끝내 철거되더라도 이번 개별관광 추진은 별개의 사안으로써 유효할 것이다.

 

다만 최근에 중국 우한지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이 동북 3성 지역으로까지 확산되는 바람에 돌발변수가 생겼다. ‘우한 폐렴’이 북한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 당국은 지난 21일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백신 연구개발이 성공할 때까지 중국인 관광객의 입경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중국여행사에 통보한 것이다. 북한은 전염병 예방백신이나 치료약이 부족하고 북한주민들의 면역력이 떨어지다 보니 외국에서 발생한 전염병에 취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도 수차례 해외에서 전염병이 나돌 때마다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시킨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측이 발표한 중국을 통한 우회 개별관광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북한은 최고지도자가 신년사를 발표한 뒤, 1월 하순경에 정부・정당・단체 연석회의 호소문의 형태로 대남 메시지를 따로 발표해 왔다. 올해에도 조만간 북측이 대남 메시지를 발표할 때 우리 정부의 개별관광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우한 폐렴’과 같은 돌발변수에도 불구하고 관광사업이 당 전원회의에서 내건 ‘정면돌파전’을 통해 추진하려고 하는 자력부강, 자력번영의 핵심사업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이산가족이나 사회문화단체가 제3국을 통해 개별방문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염병 요인을 제외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 개별관광의 경우는 제3국을 경유하는 것보다 규모가 클 수밖에 없고 유엔사측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북측으로부터 우리측 주민에 대한 사전 신변안전보장 조치를 확보해야 하고 유엔사측과 사전 양해도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북한은 명분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연례적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며, 올해 훈련의 중단 여부와 강도 등을 주시하면서 반향을 결정한다면 그것도 변수의 하나가 될 수 있다.

 

현재 한반도 상황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상호 신뢰가 부족한 가운데, 자칫 돌발적 행동이 발생한다면 정세를 그르칠 수도 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개별관광 사업은 미국의 양해와 중국의 협력, 북한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치밀한 사전검토와 준비가 있어야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이번 개별관광이 성공리에 이루어진다면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동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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